저는 이미 대학생활상담센터에서 개인상담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원한다면 신청하여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학을 다니며 딱히 신청하리라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졸업할 때가 되면 한 번쯤 진로에 대한 조언을 얻고자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큰 고민이나 어려움이 없는 지금은 전혀 신청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개인상담이 있기도 했고, 심리검사 결과가 궁금하기도 해서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담 전에도 두려움이나 긴장보다는 너무 이야기할 거리가 없을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상담이 진행되려면 내가 무엇이 힘든지 털어놔야 하는데 무엇을 이야기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심리검사 결과에서는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타인으로부터 괜찮아 보이려는 척도가 높게 나와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선생님의 말씀은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나는 분명 괜찮았는데 사실 괜찮지 않았다고?
오히려 평온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이 상담을 시작하며 혼란스럽고 흔들리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 이후 계속해서 선생님은 제가 그냥 넘어갔던 스트레스 상황과 힘든 시기들을 꺼내며 불쾌한 감정에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습니다.
항상 힘든 감정을 티내지 않기 위해 부드러운 말로 돌려 말하고, 미소 지었던 제가 날 것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냥 그만두고 넘어가거나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10회기의 상담을 거치며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연습을 자주 한 결과, 처음에는 저의 감정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오로지 스스로의 모습에 집중하니 당시엔 알지 못했던 감정과 행동의 이유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불쾌한 것은 무조건 외면해왔던 것이 오히려 저로부터 멀어지는 일이었다는 것 또한 깨달았습니다.
상담 진행 과정에서 진로, 고민,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이 했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본래의 저를 마주하며 살아오면서 행했던 수많은 행위의 이유들이 보였다는 것입니다.
불안, 우울, 분노와 같은 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감정들은 찝찝함만을 남긴다고 생각했지만, 상담을 통해 모든 감정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후련하다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우리가 상담을 기피하는 이유에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개인적인 부담 등도 있으나 내가 힘들다는 사실을 몰라서도 있습니다.
현재 일상에서 딱히 문제가 없다고 느껴져도, 큰 고민이 없어도 개인 상담을 신청하여 나를 마주하는 것은 또 다른 시각을 열어줄 것입니다.
상담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가 중대한 가치를 발견하거나, 무언가를 깨닫거나, 전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 이전과는 다른 변화는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