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공학인 30여년 외길 , 인천대 성미영 교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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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382
작성일
2024-08-09
수정일
2024-08-09
작성자
컴퓨터공학부 (032-835-8490 / 8929 / 8941)
조회수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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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 컴퓨터공학부에서 30여년을 우리나라 공학분야에 기여해오신 성미영 교수님을 모시고 여성공학도로서의 삶과 후배 들을 위한 애정어린 조언들을 들어보았다.


성미영교수님 사진

인천대 컴퓨터공학부 성미영 교수


1. 교수님께서 공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에게는 두 번의 중요한 ‘스킬 전환(reskilling)’ 경험이 있었습니다. 대학에서 자연계열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계산통계학과 계산학전공'을 부전공했습니다. 부전공으로 '계산학(컴퓨터과학의 한 분야)'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대학 2학년 때, 다니던 대학에 컴퓨터공학과가 처음 생겼고, 당시 컴퓨터 관련 직업이 블루오션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전기공학자이신 아버지의 "컴퓨터를 공부하라"는 조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는 이렇게 시대적인 요구와 아버지의 조언으로 식품영양학에서 계산학으로 첫 번째 스킬 전환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현대건설과 한국전력기술에서 1세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근무할 수 있었으며, 결국은 컴퓨터공학부 교수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제가 영양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당시 식품영양학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스킬 전환은 2017년, 인천대학교 정보기술대학 학장직을 수행하던 시기에 이루어졌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중요성을 직감하고, 정보기술대학에 '인공지능소프트웨어연계전공'을 신설했습니다. 이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열풍이 불기 시작한 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AI 필수 교과목인 머신러닝과 인공지능 프로젝트 등의 강좌를 운영하기 위해 '운영체제'에서 '인공지능'으로 스킬전환을 했습니다. 2020년부터는 컴퓨터공학부에 ‘데이터사이언스’ 교과목을 신설하여 강의해왔습니다


2. 지금까지의 대학 활동 중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나 업적, 그리고 보람된 것들은 무엇인가요? 


2006년 인천대학교에서 처음으로 2단계 BK21 핵심 사업을 컴퓨터공학부와 기계공학부가 유치했습니다. 제가 컴퓨터공학부 유비쿼터스 엔터테인먼트 핵심사업팀장을 맡아 1차년도 실적 평가에서 핵심사업 그룹 중 1위를 했고, 그 결과로 2008년에 인천대학교 특별공로 교직원 표창장을 수상한 순간이 가장 영광스러웠습니다.


제물포 캠퍼스 시절에는 연구생들을 위한 공간이 없어서 교수연구실에서 연구생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함께 지냈던 학생들과의 정겨웠던 시간이 무척 그립습니다. 송도 캠퍼스 시절에는 인재개발원장, 교무처장, 학장 등 다양한 보직을 맡아 임무를 수행하며 많은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단과대학 'TA 활동 지원 프로그램' 운영과 '브라운백 세미나' 신설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구현할 수 있도록 추진해주신 당시 부학장님과 정보기술대학 교학실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어 특별한 감사를 드립니다.


최근 5년 동안 한국여성정보인협회 회장과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회장 임무를 수행하는 등 대외 봉사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2023년 5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때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을 매우 가까이에서 경청할 수 있었던 일, 그리고 미국대사관 독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해 각국의 외교관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었던 일 등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또한 여성정보인과 여성공학인들을 위한 봉사에 정성을 다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부장관상을 수상하는 기쁜 순간도 있었습니다


지난 31년 동안 학교 일을 최우선 순위로 여기며 여러 보직을 수행하고 다양한 봉사를 했지만, 가장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일은 바로 7년의 인천대학교 교수산악회 회장 활동이었습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 해외 원정 산행 7회를 포함하여 30여 회의 국내외 산행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더욱이 퇴임 후에도 교수산악회 활동을 계속할 수 있기에 ‘가장 보람 있고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행복하고 슬기로운 교수 생활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우리 인천대학교 교수산악회가 더욱 확대되고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전임과 후임 회장단께도 깊은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3. 대학에 근무하시면서 많은 연구를 진행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진행하신 연구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연구와 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들 또는 학생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 중 하나는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이 지원한 ‘멀티미디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인터넷 기반 실시간 원격 협동 진료 시스템 개발’ 과제입니다. 이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Medical Informatics (IJMI)와 IEEE Symposium on Computer-Based Medical Systems (CBMS 2000) 학술대회에서 발표했습니다. 특히 CoMed(A Real-time Collaborative Medicine System)를 'MD Anderson Cancer Center'의 수백 명 의사들 앞에서 런치 미팅 형식의 특별 강연으로 소개했던 경험은 지금도 가슴 벅찬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또 다른 인상 깊은 연구는 BK21 핵심 사업 과제로 수행한 ‘MuseSpace: A Touchable 3D Museum with Maximum Usage of Haptics’입니다. 이 연구 결과를 ACM SIGGRAPH 2007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는데, 당시 석사과정이었던 제자가 뛰어난 연구 능력과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훌륭하게 발표를 수행했습니다. 더불어, 제가 결혼식 주례도 해주었던 이 자랑스러운 제자는 제가 주도적으로 추진하여 체결한 우리 컴퓨터공학부와 California State University, San Bernardino (CSUSB)의 석사과정 복수학위 프로그램을 통해 두 개의 석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했습니다.


제 연구실 MARVELAB(Multimedia Advanced Real Virtual Reality Laboratory)에는 우수한 연구생들이 많았습니다. 연구실에 들어온 지 불과 두 달 만에 편집기를 완성해 낸 학생도 있었죠. 현재 이 학생들은 국내외 유수의 기업과 금융권에서 각자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뛰어난 인재들을 만나 지도할 수 있었기에, 저는 참으로 운 좋게 군자삼락(君子三樂) 중 하나인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낙(樂)'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습니다.


4. 여성 공학인으로서 교수님만의 철학이나 연구에 대한 생각이 있으신지요? 공학 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여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나 바람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여성의 교육 기회는 극히 제한적이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분야에서 성별 균형이 상당히 개선되었지만, 공학(engineering) 분야는 여전히 성별 불균형이 가장 큰 영역입니다. AI와 SW 등을 포함하는 엔지니어링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작은 직종으로 꼽혀 여성의 진출이 매우 유망한 영역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임금 평등에도 불구하고, 실제 여성 인력의 참여율은 여전히 현저히 낮은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02년에 제정된 이후 20년이 지났음에도, 공학 분야의 성별 불균형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통계를 보면, 대학 졸업생 중 공학 계열 여학생 비율은 23.4%에 불과해, 의학 계열(68.6%)이나 자연계열(52.2%)에 비해 매우 낮습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산업현장에서의 여성 공학기술 인력 비율이 14% 정도에 그쳐, 과학기술 분야 전체의 여성 인력 비율(21.8%)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의 성별에는 '남성', '여성', 그리고 '공대 여성'이라는 오래된 농담이 있습니다. 그만큼 공대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깊다는 뜻입니다. 엔지니어링 산업현장에서는 여성 인재를 채용하고 싶어도 고려할 대상이 없음을 토로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여성 엔지니어의 절대적인 수의 부족입니다. 우리가 매진해야 할 것은 가정에서부터 "여자가 무슨 공대"라는 편견을 없애는 것입니다. 더불어 고등학교에서 여학생들의 이공계 선택을 독려하고, 대학의 엔지니어링 분야로의 진학을 적극 장려하는 등, 교육 현장에서부터 변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가정에서 어린이가 콘센트에 손가락을 넣어도 감전사하지 않도록 하는 3핀 플러그를 처음 발명한 사람이 여성 엔지니어였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또한, 고속도로의 콘크리트 중앙분리대도 여성 엔지니어가 개발했다고 합니다. 여성들은 공학 분야에 다양성과 창의성을 더합니다. 여성 엔지니어들의 고유한 관점은 더 포용적이고 사용자 친화적인 기술 개발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성공한 여성 엔지니어들은 후배 여학생들에게 롤모델이 되어 더 많은 여성들이 이 분야에 진출하도록 독려할 수 있습니다. 공학 분야의 성별 다양성 증가는 더 나은 혁신과 문제 해결로 이어져서 궁극적으로는 국가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공학을 선택한 여학생 여러분의 결정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앞으로의 여정이 때로는 어렵고 도전적일 수 있지만, 여러분의 노력은 반드시 가치 있는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자세를 유지하세요. 그리고 여러분의 지식과 기술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세요. 여러분이 미래의 혁신을 이끌어갈 주역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5. 앞으로 교수님께서 가지고 계신 연구나 계획 중 기대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후배 공학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저는 대학의 겸직 허가를 받아 지난해 9월부터 한 사이버보안 회사에서 이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사이버보안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사이버 범죄자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엄청난 규모의 사이버 범죄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2024년 초, 홍콩의 한 금융회사에서 딥페이크(deepfake) 수법으로 교묘하게 조작된 화상회의를 통해 수백만 달러가 갈취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악성코드 제작을 더 쉽게 하고, 패스워드를 알아내는 것도 더욱 쉽게 만듭니다. 퇴임 후에는 재직 중인 회사의 업무에 전념하려고 합니다. 저는 특히 도전적이고 흥미로운 영역인 AI 기반 사이버보안 시스템 개발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AI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위협을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자동화된 보안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사이버 범죄의 진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보다 안전한 디지털 환경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목표는 높게 설정하고, 실행은 치밀하게 하십시오. 그리고 잘 안될 때는 오기로 버티십시오.” 여러분이 가는 길이 항상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성장해 나가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며, 저는 여러분이 이 세상에서 큰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을 믿습니다. 여러분의 앞날에 무궁한 성공과 영광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 성미영 컴퓨터공학부 교수 소개

학력  1982 서울대학교 학사

      1987 프랑스 INSA Lyon 컴퓨터공학과(공학석사)

      1990 프랑스 INSA Lyon 컴퓨터공학과(공학박사)

경력  1993~현재 인천대학교 조교수, 부교수, 교수

      2024~현재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 위원

      2022~2023 한국여성공학힌협회 회장

      2019~2020 한국여성정보인협회 회장

      2016~2018 인천대학교 정보기술대학장, 정보기술대학원장

      2012~2012 인천대학교 교무처장

      2008~2009 인천대학교 인재개발원장

      2008~2009 미국 UC Berkeley 대학교 교환교수

      2006~2008 2단계 BK21 유비쿼터스 엔터테인먼트 핵심사업팀장

      2001~2002 미국 Carnegie Mellon 대학교 교환교수

      1990~1993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컴퓨터연구단 선임연구원

      1984~1985 한국전력기술㈜ (KOPEC) R&D센터 응용전산실 소프트웨어 개발자

      1982~1983 현대건설㈜ 전산자료실 소프트웨어 개발자


대표논문

      ‘CoMed: A Real-time Collaborative Medicine System’, IJMI(ineternational Journal of Medical Informatics), Vol.57(2-3), pp117-126, Elsvier, July 2000

      박사학위논문 “Modelization of Mutimedia Documents including Tables, Calculable Data and Mathematical Formulae” Thesis of Doctorat: INSA(Institut National des Sciences Appliquées) de Lyon July 10, 1990 221 pages.


연구실적 

      “Virtual Simulation for Entertainment using Genetic information”,(IJACSA) International Journal of Advanced Computer Science and Applications, Vol.11, No.10, 2020

      Intelligent Haptic Virtual Simulation for Suture Surgery, (IJACSA) International Journal of Advanced Computer Science and Applications, Vol.11, No.2, 2020

      Performance improvement of haptic collision detection using subdivision surface and sphere clustering, PLoS ONE 12(9): e0184334, https://doi.org/10.1371/journal, pone.0184334, September 26, 2017

      Controlling  the Contact Levels of Detail for Fast and Precise Haptic Collision Detection, Frontiers of information Technology & Electronic Engineering, ISSN 2095-9184(print):ISSN 2095-9230(online), 2017 18(8):1117-1130, August 2017


출처 : 교수신문(http://www.kyosu.net,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23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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