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 유혜배 교수 인터뷰

글번호
389428
작성일
2024-06-12
수정일
2024-06-12
작성자
홍보팀 (032-835-9490)
조회수
1259

인천대학교 인문대학은 1979년 개교 이래 시대의 필요에 부응하는 기초학문의 토대를 마련하고, 때로는 시대를 선도하는 학문의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교수, 강사 및 직원, 조교들이 이끌고 때론 뒷받침하면서 서로 간의 협력과 노력을 이어온 온 바 있습니다. 특히 그 중심에 영어영문학과 유혜배 교수님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셨습니다. 인문대학에서는 지난 6월 5일, 8월 정년퇴임을 맞으시는 유혜배 교수님을 모시고 정년퇴임 기념강연과 함께 아래와 같이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8월 정년퇴임하시는 영어영문학과 유혜배 교수8월 정년퇴임하시는 영어영문학과 유혜배 교수

[8월 정년퇴임하시는 영어영문학과 유혜배 교수]


ಮ 처음 인천대에 부임하신 게 1995년이었습니다. 인천대에 부임하신 첫 해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1995년부터 지금까지 재직 기간 중 목도한 인상적인 학교의 변화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1995년에 처음 부임했을 때, 대학은 시립화된 지 1년 차였으며, 이전에 겪은 여러 시련으로 인해 대학 구성원 사이의 긴장감이 높았습니다. 집행부는 예산을 지원하는 인천시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신뢰를 구축하고 발전적인 대학 운영을 추진했습니다. 당시 교수의 역할이 중요하게 다루어졌는데, 특히 시립대로서 인천시 정책과의 협력이 강조되었습니다. 저는 업무의 상당 부분을 지역사회와 연계된 봉사 활동에 할애하였으며, 인천 지역의 교육 기관에서 영어 강의를 진행하였습니다. 또한 인천시 영어 교육 정책의 개발, 시행, 평가에도 참여하였습니다. 


재직 기간 동안 송도캠퍼스 이전 후 국립대 전환을 한 2013년까지는 한 대학이 겪었다고 보기에는 너무도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교육부의 정책에 따른 학부제 시행, 전문대와의 통합, 송도캠퍼스로의 이전, 국립대학으로의 전환 등 큰 변화들에서 격랑의 세월을 겪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끝없는 소모적 회의, 교수 간 및 학과 간의 갈등, 학생 역량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의 개발 및 실시 등으로 학자로서의 개인 연구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많은 진통을 겪은 끝에 송도로 캠퍼스가 이전되고 국립대학으로 전환된 후에는 상황이 크게 안정되었습니다. 학내 분규가 줄어들고 안정되면서, 효과적인 프로그램 운영과 국립대학 프리미엄을 통한 유능하고 열정적인 교수진의 영입, 그리고 우수한 학생들의 유치로 현재는 각종 대학평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인문대학에서는 교수들의 학문적 역량이 크게 강화되었으며, 이들은 각자의 학과 및 연구소에서 자체적으로, 또는 다른 학과와의 협력을 통해 여러 분야에서 학문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활동은 해당 학문 분야의 발전을 촉진하며, 동시에 교육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해외 문화 체험 및 조사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역량도 눈에 띄게 향상되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학생들에게 국제적인 시각과 실질적인 경험을 제공하여, 그들의 학문적 개인적 성장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ಮ 29년간 근속하시고 올해 정년을 맞이하시는 소회가 궁금합니다. 


정년을 앞두고 제 경력을 돌아볼 때 학교의 인지도와 평가가 크게 향상된 것에 대해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러나 학과 교수님들이 건강 문제로 고생하셨다는 사실과, 많은 교수님이 정년 전후로 돌아가신 것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현재도 후배 교수님들이 건강을 잃고 계시는 것을 보면, 이 부분은 여전히 걱정되는 사항입니다.


시립대학의 격랑 속에서, 본업과 관계없는 많은 일에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며 학자나 교육자로서의 발전을 크게 이루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에서는 최신 지식을 습득하려 노력했으며, 학생들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했습니다. 특히,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을 도울 때는 더욱 그랬습니다. 사랑하는 학교를 떠나는 것은 아쉽지만, 후학에게 떳떳하게 자리를 물려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농사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노력해 왔습니다. 유학 시절부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여 텃밭을 가꾸었고, 현재는 농부로서 약 100평의 토지에서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짓습니다. 우리는 농산물을 판매하지 않고, 필요한 분량만 남기고 나머지는 주변의 필요한 사람들과 나눕니다. 


저녁에 씨를 뿌리고 며칠 후 싹이 트며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면 반가움과 함께 벅찬 감동이 밀려옵니다. 또한 각각의 식물이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다가 결국은 하나의 합창으로 어우러지는 모습은 자연의 경이로움과 조화를 느끼게 합니다. 이 아름다운 합창은 가을에 드리우는 힘든 시기를 견디며 마침내 끝을 맞이합니다. 이 과정은 제가 학생들을 열정적으로 교육하다가 이제 정리하는 현재 상황과도 비슷합니다. 농사가 힘들지만, 기르고, 식탁에 올리고, 나누는 과정에서 삶의 여러 부분이 투영되어 큰 보람과 함께 배움을 느낍니다. 이 모든 것이 저에게 깊은 행복을 선사합니다. 


ಮ 재직 기간 중 연구자로서나 교수자, 그리고 보직을 수행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어학원장으로서 제가 개발하고 개혁하려 했던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해 예상치 못한 큰 저항을 받았을 때입니다. 엄격한 학사 운영과 새로운 프로그램 도입에 대해 학생들은 현수막과 시위로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이에 저는 모든 학과의 대표들을 모아 놓고 프로그램의 목적과 이유를 설명하는 설명회를 개최하고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당시의 상황은 매우 참담하여 학교를 떠나야 할지 고민하는 회의감까지 들었지만, 이 경험은 과감한 개혁이 가지는 위험성을 일깨워 주고 보직을 거부하게 만든 제 인생에서 가장 큰 경험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이로 인하여 저는 이후 어떠한 변화를 추진할 때도 관련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행복했던 경험은 역시 음악과 관련된 활동입니다. 2007년, 인천시에서 영어 활용 증진을 위한 영어 페스티벌을 개최하였습니다. 그때 저희는 뮤지컬 '그리스'의 갈라와 밴드 공연을 진행했는데, 뮤지컬을 위해 학생들과 6개월 동안 연습한 끝에 공연하였습니다. 당시 현재 교수로 계신 Chad Anderson 선생님과 교직원으로 계신 이현미 선생님이 사회를 맡았습니다. 영어 페스티벌의 로고송은 우리 학생이 작곡해 연일 울려 퍼졌으며, 학생들의 뮤지컬과 밴드 공연으로 페스티벌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 해외연수 프로그램 관련한 에피소드도 기억이 나는군요. 학생들의 경험을 위해 2004년부터 해외연수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였고, 2006년에는 영국과 아일랜드로 학생들을 비즈니스 영어 연수에 보냈습니다. 그 프로그램의 적절성과 학생들의 적응을 확인하기 위해 사비로 더블린과 런던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김치를 먹고 싶어 하여 10kg을 들고 갔는데, 비행기를 갈아탈 때 짐이 연계되지 않아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더블린은 인상적이었는데, 해외 취업자가 많아 인구의 평균 연령이 27세라는 놀라운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연수 기관이 학생들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느낌을 받아 2년 후부터는 그곳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제가 연설을 좋아하고 연설이 영어 실력 증진과 활용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하기에 국제회의 관련 활동에 공을 들였습니다. 송도에 여러 국제기구가 들어오는 환경을 이용하여, 2009년에 국제회의 준비 동아리를 만들고 그 동아리를 중심으로 여러 차례 모의 국제회의를 실시 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2014년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아태지역사무소(UNCITRAL-RCAP)와 함께 한 모의 국제회의가 기억에 남습니다. 최성을 총장, 조아오 리베이로 UN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아태지역사무소장, 인천시 담당관이 참석한 가운데, 이용화 교수님이 학과장으로 사회를 보았고, 28명의 학생이 발표하고 제가 연설하는 등 흥미로운 행사였습니다. 


이 기관과 협력을 위해 대학원생들과 학부생들이 함께 번역도 해주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을 기울였지만, 제가 연구년을 가는 사이 프로그램이 무산되어 안타까웠습니다. 기관에서 사용하는 영어가 영문과 학생들에게는 생소하여 어려움을 느꼈으며, UNCITRAL이 다양한 학교를 참여시킨다는 취지로 다른 학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런 일을 겪은 후 국제회의와 관련하여 학생들의 수준과 관심사를 고려해야 지속 가능성이 보장된다는 판단하에, 학장 재직 시기인 2018년에는 APYE (아시아-태평양 청년 교류) 회의 참여 준비반을 만들어 3개월 교육과정을 전교생 대상으로 운영하였습니다. 100명을 선발해 교육하고 그중 성과가 좋은 20명의 학생을 교비로 베트남,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으로 보내 국제회의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학생들은 하인혜 교수님을 비롯해 채드 앤더슨, 윌리엄 데이비스, 알라나 커밍스 선생님과 함께 열심히 공부하고 토론하며 모의 회의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코로나 대유행으로 해외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취소되어 선발된 학생 중 일부만이 실제로 해외 국제회의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ಮ 학문 세계에 대해 교수님 본인의 견해를 간략히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학문 후속 세대, 또는 영어영문학계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남겨주세요. 


정년을 앞두고 돌아보니, 대학에서의 연구 성과 압박과 실제 연구의 가치 사이에서 느꼈던 갈등이 자주 떠오릅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교수가 실적을 채우기 위해 학문적 가치가 낮은 논문을 출판할 수밖에 없었다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의미 있는 연구 주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논문 제출 마감일에 쫓겨 결국 평범한 결과물로 만족해야 했던 경험이 자주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소수의 논문으로 만족하기도 어렵습니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제 연구가 시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우려와 학자로서 최신 지식을 갱신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어학자로서 어떻게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각 학문 분야마다 연구 방식이 다르고 연구의 실용성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는 자신의 연구 속도에 맞춰 깊이 있는 연구를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을 학계와 토론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현대 사회의 변화하는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연구의 깊이와 진정성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언어학과 같은 인문학의 가치는 그 깊이를 무시할 수 없기에,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려는 노력과 함께 학문적 심도를 추구하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인문학자로서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부, 평가기관, 그리고 대학이 인문학에 대한 평가 관점을 전환해야 합니다. 이는 인문학 연구의 진정한 가치를 인식하고 지원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ಮ 유혜배 영어영문학과 교수 소개

학력  1982 서강대학교(문학사)

      1986 미국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TESOL석사)

      1992 미국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언어학 박사)

경력  1995~현재 인천대학교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교수

       2018~2021 인천대 인문대학장, 문화대학원장

       1993~1994 수원대학교 전임강사

       1991~1992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 강사

대표논문

       1992. 학위논문: External evidence for representations, rules and constraints in Korean & Japanese.

       2004. A longitudinal study of consonant cluster acquisition. Studies in Phonetics, Phonology and Morphology 10, 481-503.

연구실적 (총 48편 중)

       2023. Relationship between fluency and rhythm measures and proficiency level in spontaneous English speech of Korean EFL learner. Studies in Phonetics, Phonology and Morphology 29, 59-80.

       2018. An acoustic analysis of English prosody by Mongolian learners of English. 인문학연구30, 153-177.

       2017. Comprehensibility of Korean EFL speakers’English pronunciation: Changes over time. Studies in Phonetics, Phonology and Morphology 23, 95-115.

       2016. An acoustic analysis of Korean EFL learners’ English prosody: A longitudinal study. Studies in Phonetics, Phonology and Morphology 22, 55-75.

       2014. Phonetic reduction of English function words in the passage reading by Korean EFL learners. 영어학연구 20, 179-202.

       2012. Acquisition of English sentence stress by Korean speakers. 영어학연구 18, 201-222.

       2010. Acquisition of English interdental fricatives by Mongolian speakers. Mongolian Studies 29, 213-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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